1692년, 매사추세츠 세일럼. 평범했던 청교도 마을에 마녀재판이라는 광풍이 몰아칩니다. 몇몇 소녀들이 숲에서 춤을 춘 것이 발단이 되어, 마을은 걷잡을 수 없는 집단 히스테리아에 휩싸이죠. 사람들은 앞다투어 서로를 고발하고, 살아남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며, 결국 무고한 이들이 교수대에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사건일까요? 1950년대, 미국에서는 매카시즘이란 이름으로 유사한 마녀사냥이 벌어졌습니다. 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 는 이를 목격하며 “과거와 현재는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역사의 반복을 경고하는 작품을 쓰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시련"의 시대적 배경과 주요 테마, 그리고 갈등 구조를 분석하며, 배우들이 대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연기자는 단순히 대사를 읊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야기를 이해하고, 캐릭터의 심리를 깊이 파고들어야 하죠. 그러니 이번 분석을 통해 진짜 ‘존 프락터’가, ‘아비게일’이, ‘엘리자베스’가 되어 봅시다.
1. 희곡의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의도
1) 세일럼 마녀재판 – 두려움이 만든 재앙
우리가 흔히 "마녀재판"이라고 하면 과거 중세 유럽에서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여성들을 떠올리죠. 그런데,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청교도 사회는 종교적 순결과 도덕을 강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신앙을 의심받는 순간, 그 사람은 사회에서 배척당했고, 죽음을 피할 수 없었죠. 이 와중에 몇몇 소녀들이 숲에서 춤을 추다가 발각되었고, 벌을 피하려고 “우리는 마녀가 아니에요! 오히려 저 사람이 마녀예요!”라며 다른 사람들을 고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혹은 개인적인 원한을 갚기 위해 서로를 마녀로 몰았습니다.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권력과 이익을 위한 도구로 마녀재판이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죠.
2) 1950년대 매카시즘과 "시련"
이제 300년 후, 1950년대 미국으로 가봅시다. 당시 미국에서는 공산주의를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빨갱이 사냥"이 벌어졌습니다. 의심만으로도 직장을 잃고,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아서 밀러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과거 세일럼에서 일어난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시련"을 집필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묻고 싶었던 거죠.
“과연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진실을 지키고 있는가?”
사람들은 왜 거짓을 말할까요? 왜 정의를 지키기보다, 두려움에 휩싸여 스스로를 보호하려 할까요? 이 희곡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2. 주요 플롯과 갈등 구조
"시련"의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감정의 흐름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연기자라면 장면마다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1막: 광기의 시작
- 패리스 목사의 딸 베티가 의식을 잃고, 마을 사람들은 "마녀의 저주"라며 호들갑을 떱니다.
- 아비게일은 자신이 마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거짓 고발을 시작합니다.
-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이고, ‘진짜 마녀’ 색출에 열을 올립니다.
✔️ 2막: 갈등의 골짜기
- 존 프락터와 엘리자베스의 관계가 강조됩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아내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 마녀재판이 점점 본격화되며, 엘리자베스마저 마녀로 몰리게 됩니다.
✔️ 3막: 법정에서의 대결
- 존 프락터는 자신의 불륜을 고백하며 아비게일의 거짓말을 폭로하려 합니다.
- 하지만 아비게일과 소녀들은 집단 히스테리를 연기하며, 프락터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죠.
- 법정은 완전히 광기에 빠지고, 진실이 사라집니다.
✔️ 4막: 존 프락터의 선택
- 존 프락터는 거짓 자백을 하면 목숨을 구할 수 있지만, 양심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합니다.
- 엘리자베스는 남편을 구하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선택을 존중합니다.
"나는 선한 남자의 길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이 장면은 배우들에게 가장 큰 도전이 되는 부분이죠. 슬픔, 후회, 사랑, 용서, 체념—all in one.
3. "시련"이 오늘날 던지는 질문
이 희곡이 1692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 거짓말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집단의 논리가 반드시 정의로운 것일까?
✔️ 진실을 지키는 것이 항상 옳은 선택일까?
세일럼에서 벌어진 비극은, 1950년대 매카시즘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우리는 가짜 뉴스, 여론몰이, 권력 남용 속에서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닙니다. 우리의 선택에 대한 질문이며,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 예고 – 캐릭터 분석과 연기 접근법
다음 편에서는 존 프락터, 아비게일, 엘리자베스 등 주요 인물들의 심리를 깊이 분석하고, 배우들이 이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실전적인 팁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 존 프락터, 그는 정말 영웅일까?
👉 아비게일, 단순한 악녀가 아니다?
👉 엘리자베스, 침묵 속에서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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